"언니, 사탕 줘!" "사탕?" 은우는 읽던 동화책을 내려놓고 제게 손을 내민 아윤을 바라봤다. 사탕! 해맑게 웃으며 사탕을 외치는 아윤에 이상한 의무감이 생겼다. 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이리저리 누비며 사탕을 찾으러 다니다 소파에 앉아있는 이모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다가갔다. 이모, 집에 사탕 있어요? 사탕? 아윤이가 사탕 달라...
탁한 어둠 속에서, 젤티아는 무작정 걸었다. 무슨 꿈일까. 남은 의뢰 중 누구의 꿈일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꿈의 반절 정도를 걷기만 했을 즈음일까. 갑작스레 목부터 숨이 막혀오는 감각에, 젤티아는 목 언저리에 헛손질을 해대며 몸부림을 쳤다. 컥. 헛구역질을 해대며 아무것도 안 잡히는 목을 손톱으로 긁던 젤티아는 넘어가던 동공을 겨우 끌어내 정면을 응시했...
눈을 뜨면 항상 흙빛의 호수가 보였다. 이 구덩이를 가득 채운 게 겨우 구정물일까. 하지만 근처에 다가가도 악취는커녕, 맑은 물 냄새가 났다. 그 점이 항상 이상했다. 하지만 냄새가 괜찮아도 물이 흙빛이라니. 찝찝했다. 혹시 검은 약을 탄 게 아닐까. 결국 나는 양동이를 가지고 와 물을 퍼냈다. 한 번, 두 번. 의문은 의심을 만들어냈고, 의심은 불쾌함과 ...
어느 날. 여러 차례 꼬여 있는 줄이 눈에 들어왔다. 건드린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로, 너는 내가 모르는 모습을 굳건하게 유지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줄 사이를 가로지르며 손잡이의 본모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의 원함은 순간의 찰나였고, 너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여러 차례 돌며 본래의 너를 되찾았다. 빙글, 어지럽게 온몸으로 거부하는 네가...
겨울 합작 | #화이트_크리스마스_트리_위에_반짝이는_별 주제_눈(雪) 고고한 눈송이 하나가 내 손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결정이 녹아서 모습을 바꾼다. 손에 고인 물 한 방울. 흰색에서 무색으로, 고체에서 액체로. 너무 쉽게 변해버리는 네가 따뜻해서. 나는 눕혀져 있던 손을 옆으로 세워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너는 내 발치에 있던 눈 더미에 안착하더니 이내 ...
키워드_기타 굳은 살이 박힌 손가락으로 코드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기타 줄을 뜯는다. 줄의 아릿함과 진동하는 전율. 나는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수많은 관중들을 위해 열심히 손을 움직인다. 큰 무대에 선 많은 뮤지션들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무대 주위를 감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응원봉. 밝게 빛나는 그 빛들을 보며 더욱 진심을 다할 수 있었던 걸까....
글감_낙서로 뒤덮인 벽 꼬물거리는 작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쥐고,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는 너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뭘 그리는 거야? 집중 했는지 대답도 없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모습을 보니 뾰족 튀어나온 입술이 보였다. 너는 집중할 때 입술을 내미는 버릇이 있구나. 너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이 너무...
담배上 http://posty.pe/12vnw0 이주현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된 계기는 아마 탈선 따위 인생에 없던 그 이주현이 담배에 손을 댔을 때. 그리고 그때부터 쭉 그 아이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는 내 옆에서 같이 나무젓가락으로 담배를 피우는 이주현을 바라봤다. 도통 감정변화가 없는 저 얼굴...
For. ㄱㅍㅍ님 (키워드_폴라로이드) 찰칵. 나는 습관적으로 새로 찾은 마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디지털카메라도 아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리고 꼬질꼬질한 겉옷 안주머니에서 펜 하나를 꺼냈다. 21××.10.××. 인화된 사진 밑 공간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아, 주소도 같이. 뿌옇게 뜬 사진 속에서 죽은 눈빛을 한 내가 나름 볼만 했다. 킥킥. ...
For. ㄱㄹ님 (키워드_아이스크림) 자. 너는 내게 매점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을 무심히 내밀었다. 고마…, 아. 이거 그냥 그런데….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포장지를 뜯었다. 이거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거 뭔지 알면서. "뭐라 할 거면 먹지 말고, 먹을 거면 조용히 먹어." 윽, 네네. 계속 입을 삐죽 내밀며 아이스크림을 빼니 살짝 녹은 티가 났다. 으악...
For. ㄱㅍㅍ님 (키워드_라디오) 이어폰을 꽂고 팔을 베개 삼아 엎드렸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온 이후로 가끔 듣는 라디오. 생각보다 재밌다. 사실 라디오에서 많이 하는 사연 소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노래 듣는 게 유일한 재미였다. 가끔 우리 애들 노래가 나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늘도 지루한 사연이 이어지고 나는 책상 바닥을 멍하니 바라...
For. ㅎㅇㄹ님 (키워드_일력) 일력(日力)은 내게 독이다. 사람들은 햇빛을 곧 삶의 원동력, 그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해가 떠 있는 동안에 밖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하고 사람과 만나 생기 있게 에너지를 발산할 리가 없다. 그에 반해 나는 일력 동안 집 안에 모든 창문을 가린 후 죽은 듯이 생활한다. 햇빛이 한 줄기라도 집에 들어오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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